추석 :: 2008/09/13 21:51


시장은 모처럼 만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반찬 가게에선 전 붙이는데 정신이 없다. 조그만 애기들은 불 앞에 서서 멀뚱 쳐다보고만 있다가 엄마가 계산을 마치면 한 입 찢어내어 오물거리기 시작한다. 혼자 지내는 명절, 늦은 저녁을 해결하러 나왔다 시장에 들러 추석을 느낀다. 떡집에서는 예전 시골에서나 보던 송편을 팔고 있다. 천원어치라도 살까 하다 돌아와서 먹는 방에는 추석이 없으니까 그냥 구경만 하다 간다. 대신에 사과랑 배랑 포도랑 바나나를 샀다. 조금이나마 풍성한 느낌이 든다.

다른 사람들처럼 즐거이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 역시 간절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하루하루 미안한 마음들이 생겨나고 그것 때문에 살아가는 일이 정말로 일인듯 느껴진다.
항상 건강하고 네가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단다. 진심이시겠지. 하지만 진심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 있다. 때때로 선물처럼 일상의 작은 행복들이 주어지곤 한다. 소소한 기쁨을 뒤로 하다 보면 두 번 다시 무지개 빛 희망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다.

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덜 미안해하고 더 솔직해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다.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여 홀로 어슬렁 거리고 있지만 언젠간 거리낌 없이 명절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믿어 본다.

2008/09/13 21:51 2008/09/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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