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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 2008/09/28 22:19

계절이 무섭게 바뀐다.
반팔 티셔츠 하나 입고 먼데로 나들이 나갔다 다들 긴팔을 입고 있어서 당황했는데,
오늘 밤 동네에도 더웠던 여름 기운은 아무에게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어쩌면 그렇게 빨리 준비를 하는 걸까.
일주일 사이 계절은 빠르게 변했다 생각했는데, 그에 늦지 않게 변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인가 보다.

환절기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지금 같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시기에는.
간절기라는 말도 있는데 내 느낌이지만 그건 가을 자체를 말하는 것 같다.
여름과 겨울 사이의 계절.
그럼 마찬가지로 가을과 봄 사이의 계절은 겨울일까?
하지만 겨울에 간절기니 하는 말은 듣지 않으니까, 사실 계절은 덥거나 춥거나 둘 밖에 없는게 아닐까.

몸은 분명 무더졌는데 마음은 무던하지 않게 변했다.
긴 팔로 다니며 땀나면 덥다 그러고, 발끝 시릴만큼 추운 겨울은 아직 멀었는데 혼자 짧은 옷 입고 춥다 그러고.
전보다 더 뚱뚱해져서 여름을 보내기 힘든 건 사실이었지만,
겨울 아닌 가을은 내게 나이들어 부지런하지 않은 티 내는 계절인 것 같다.
따뜻하게 방을 데워놓고 찬바람 지나가는 창 밖을 보고 있으면 여름보다 기분이 좋기는 한데.

10월에는 아주 아주 먼 곳으로 이제껏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그런 곳으로 갈 기회가 생겼다.
여행의 가벼운 마음은 없고 오히려 몸 피곤해질까 걱정이긴 한데,
미쿡 한번 못 가본 촌 놈이 된 일종의 징크스 같은 것이 이번에는 사라질까 궁금하긴 하다.
솔직한 심정으론 서울에나 한국인으로서의 삶에나 별 미련이 없어서 어디든지 날 필요로 한다면 오케이 인데,
더 솔직한 마음으론 막연히 떠나고 싶다, 한 20년쯤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다.

어제는 TV에 중학교 시절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나오던데, 한 6개월이었나 두어번 같이 앉아본 것도 같고.
암튼 얼굴은 기억 나지 않아서, 그닥 놀라지도 않고 그러려니 보고 있었다.
과학고 졸업에 카이스트 학사, 석사, 지금은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여중에서의 기억이 가끔 실존했던 것인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는데,
스물일곱 되고 나니 나라는 존재는 확실히 없었던 기억이었겠구나 싶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잘 살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데 지금 당장! 하는 욕심이 더 커서,
참고 기다리는 시간들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모른다.
남들은 다 있는데 나한텐 없는 것들 제로 베이스로 바꾼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힘들다고 느끼는데,
굳이 뭐 그럴 필요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밤은. 살짝 놓아지는 정신상태. 
왜냐면 두시간째 반복되는 이 음악.

* Bygone Days

01학번 기숙사 큰 나무 아래에서 혼자 담배 배우던 기억.
지난 날로 시작해서 피아노 연습실에서 끝나는 이 기분.

2008/09/28 22:19 2008/09/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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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념무상 | 2008/09/29 16: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RSS가 맛이 갔었어.
    전혀 새 포스팅이 검색되지 않고 있더라구.
    좀 일찍 눈치 챘어야 했는데.

  • 비밀방문자 | 2008/10/03 14:39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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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 2008/09/22 22:06

나 참 반골이다.
어떻게 행동해야 내게 더 좋은 것인지 알면서도 안된다.
분명 문제가 있는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넘어가는 일,
마음에도 없는 얘기 지어내가며 아부하고 비위 맞추는 일,
술마시고, 웃고, 도무지 쓸데없는 얘기만 하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느니 하는 헛소리,
그런게 조직생활이라 착각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정말로 행복할까.
우리에게 행복이란 돈이 아니고서는 없는 걸까.

필요에 의한 계약 관계에서 서로 피해주지 않고 감정 상하지 않으며 지내면 그뿐이다.
간혹 운 좋게 마음에 맞는 선후배 한두 명쯤 만나게 된다면 더 바랄 일이 없을 것이고.
하지만 리더의 위치에 있는 자들의 그릇됨과 좁음,
그들을 떠받치는 위선,
그 역겨움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어서 그 쪽으로는 눈돌릴 수도 없었는데,
이제는 그 악함이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착한 척 변해보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도저히 입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다.

오늘밤 나는 또 홀로 자리를 벗어났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아마 나뿐일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를 충분히 써 줄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고 탄식하는 일 뿐이다.
더 똑똑해져야 한다.
내 성격과 믿음은 앞으로 나를 더 괴롭게 만들 것임에 분명하다.
더 똑똑해져야겠다.
반드시 성공하여야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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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 블로노트, 천사에겐 악마가 천사가 아니지만 악마에겐 천사가 악마다, 9/7/08


2008/09/22 22:06 2008/09/2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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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 :: 2008/09/14 22:58

* 영화는 영화다 OST 中 28. End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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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 소지섭, 강지환, 장훈 감독, 김기덕필름 제작


데쟈뷰. 어디선가 느껴보았던 것 같은 기시감. 분명 처음 보는 영화인데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언젠가 경험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것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음이었다.

각본을 맡았다고 한다. 세련된 영상과 자주 있는 유머, 쉽고 흡입력 있는 이야기 구조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과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그 느낌과 주제는 닮아있다. 정확히는 보기에 좋도록 잘 자라난 느낌이다. 나쁜 남자의 조재현이나 해안선의 장동건이 느껴진다. 기대를 깨버리는 평범하지 않음과 안타까움, 그리고 편치 않음 때문이다.

무간도를 예상했던 것은 비슷했다. 배우와 깡패, 스타와 건달, 주인공과 악역이라는 둘 사이의 대립은 무간도에서보다 표면적이고 그래서 더욱 직접적으로 둘 사이의 전쟁은 이해되고 각자의 존재와 고민이 동일시 되기도 한다. 그러나 더 이상 비교할 수 없는 것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선악의 구도이다. 무간도가 확연하게 나누어진 양 편을 사이에 두고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는, 보다 정확히는 어느 쪽에서도 이해되지 않는 혼란을 얘기하고 있다면 강패와 수타는 서로를 서로에게 그려보는 혼동을 얘기하고 있다. 한편으로 진영인과 유건명은 양자택일을 강요받지만 수타와 강패는 독립적이며 수타가 강패에게 느끼는 건 일종의 열등감일 뿐 혼동은 강패의 몫이기에 중심이 기울어진 느낌이다. 물론 두 영화를 비교하는 것 역시 전적으로 내 눈높이에서뿐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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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현실 위의 싸움에서는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는다.



본류를 벗어나 각자가 처하는 시련은 믿음과 배신이라는 세상에 대한 냉소를 보여준다. 다만 수타가 헤어지는 연인을 다시 만나는 과정은 배신을 벗어나 또다시 믿음과 새로운 희망을 가지는 선의 진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느끼는 강패는 영화적 환상에서 벗어나 냉소 가득한 현실을 직시해야 함을 얘기하고 있다.

영화는 영화다. 기대한 결말을 마주하지 못한 관객에게 이것은 김기덕 영화일 뿐 다른 누구의 영화일 거라 기대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현실로 돌아간 마지막 강패의 눈빛이 연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는 방법과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는 방법이 보통의 눈으로 이해되지 않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현실이기에 이해되는 방법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바이지만, 불만과 불안, 열등감과 자격지심은 불안하게도 조금씩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이해하게 만든다. 타인에게 불편해지는 만큼 나는 그 불편함에 익숙해진다.

2008/09/14 22:58 2008/09/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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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2008/09/13 21:51


시장은 모처럼 만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반찬 가게에선 전 붙이는데 정신이 없다. 조그만 애기들은 불 앞에 서서 멀뚱 쳐다보고만 있다가 엄마가 계산을 마치면 한 입 찢어내어 오물거리기 시작한다. 혼자 지내는 명절, 늦은 저녁을 해결하러 나왔다 시장에 들러 추석을 느낀다. 떡집에서는 예전 시골에서나 보던 송편을 팔고 있다. 천원어치라도 살까 하다 돌아와서 먹는 방에는 추석이 없으니까 그냥 구경만 하다 간다. 대신에 사과랑 배랑 포도랑 바나나를 샀다. 조금이나마 풍성한 느낌이 든다.

다른 사람들처럼 즐거이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 역시 간절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하루하루 미안한 마음들이 생겨나고 그것 때문에 살아가는 일이 정말로 일인듯 느껴진다.
항상 건강하고 네가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단다. 진심이시겠지. 하지만 진심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 있다. 때때로 선물처럼 일상의 작은 행복들이 주어지곤 한다. 소소한 기쁨을 뒤로 하다 보면 두 번 다시 무지개 빛 희망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다.

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덜 미안해하고 더 솔직해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다.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여 홀로 어슬렁 거리고 있지만 언젠간 거리낌 없이 명절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믿어 본다.

2008/09/13 21:51 2008/09/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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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 2008/09/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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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핸 작년에 비해서 많은 영화를 본 것 같다. 혼자 보는 습관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개봉작들을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가서 보는 일들이 종종 있어서 예전하고는 달리 일단 보고 나서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를 찾는 것이 하나씩 기다렸다 실망하는 일보단 낫다고 경험한 때문이었다.  
우울한 영화들은 그 나름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우울함이라고 한다면 일종의 정체성의 혼란이나 현실과의 불화 같은 것들인데, 그런 면에서 다크나이트가 괜찮았고 자연스레 무간도가 생각났다.
내일도 한 편 보러 갈 생각으로 뭐가 있나 찾아보다 문득 저 장면, 무간도에서 진영인과 유건명이 처음 만났던 장면이 생각났다. 아마 저 장면은 3편인 것 같은데, 영화는 영화다 라는 영화; 를 찾아보다 남자 둘의 대칭 구도라면 다크 나이트 보단 무간도 느낌이 더 가까운 것 같아서.

* 채금 - 잊혀진 시절

음악은 찾아보니 한국에선 발매되지 않은 음반이라하고, 설령 발매되었다 하더라도 중국 음악은 장국영 장학우 유덕화 말고는 아는게 없어서 들어볼 기회는 없었을 것 같다. 그 장면의 느낌을 실제 가사와 비교해보니 비슷한 것 같다가도 끝에 가서는 다른 느낌이어서 조금 낯설다. 하지만 조용한 방에 볼륨을 크게 해서 첫부분을 들으면 확실히 그 첫 만남이 떠오른다.
영화의 모든 것이 다 좋았지만 이 음악 덕분으로 그리고 3편의 마지막 장면이 1편의 시작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둘의 만남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음악 하나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둘 사이가 선악으로 구분되지 않는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장면인 것 같다.

2008/09/13 00:52 2008/09/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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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윤하 :: 2008/09/10 22:46

* 윤하 기억(Rap mix) (feat. 타블로)

My eyes my ears my hands my feet my lips my heart my soul remembers you

그가 미소 지어도 내 눈엔 그대 그대가 웃고 있죠
그와 손을 잡아도 네 손은 그대 그대 손을 느끼죠
내 맘은 그댈 지웠는데 심장은 그댈 비웠는데
분명히 그댈 지웠는데 아직까지도 난 왜

이젠 시간이 그대의 모습을 지우고 그대로 가득했던 내 맘을 비워도
내 몸이 그댈 내 몸이 그댈 기억해 난 기억해 아직까지도 난 그대와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치우고 그대로 가득했던 심장을 비워도
내 몸이 그댈 기억해 내 몸이 그댈 기억해

지워질수록 선명해지는 그 기억 미워질수록 변명처럼 다가와 그 기억
내 몸 속에 숨을 쉬는가 언제쯤 어둠 속에 눈을 감을까
어쨌든 앞을 걸어가도 너 뒤돌아서도 너

그의 품에 안겨도 내 몸은 그대 그대만을 느끼죠
그와 함께 걸어도 두 발은 그대 그대와 멈춰있죠

이젠 시간이 그대의 모습을 지우고 그대로 가득했던 내 맘을 비워도
내 몸이 그댈 내 몸이 그댈 기억해 난 기억해 아직까지도 난 그대와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치우고 그대로 가득했던 심장을 비워도
내 몸이 그 댈 기억해 내 몸이 그댈 기억해

내 눈엔 그대만 보여 아직도 그댈 향한 눈물이 고여
두 손은 그대만 느껴 수갑처럼 그대와의 기억에 묶여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기척에서도 그대의 기억
아직도 그대 때문에 미쳐 because

내 몸이 그 댈 기억해 아직도 그댈 기억해 내 맘이 그댈 비워도 그대를 지워도 내 모든 게 널 기억해

이젠 시간이 그대의 모습을 지우고 그대로 가득했던 내 맘을 비워도
내 몸이 그댈 내 몸이 그댈 기억해 난 기억해 아직까지도 난 그대와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치우고 그대로 가득했던 심장을 비워도
내 몸이 그댈 기억해 내 몸이 그댈 기억해

─────────────────────────────────────────────────

밤이 찾아와
대지가 어두워지고
달빛만이 우리의 유일한 빛이 될지라도
나는 두렵지 않아
너만 나를 기억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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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0 22:46 2008/09/1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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