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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s, 소통보다는 단절 :: 2009/04/05 22:57
소통에 대한 욕구와 그 바람을 무시하는 내면화된 소통 장애, 그리고 극복할 수 없는 일반적인 것들로부터의 멀어짐이 일상을 건조시킨다. 마음을 열면 멀어질까 두렵고 열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닿아 있고 싶어 외롭다. 진심을 살펴봐주는 이 없는 사막 같은 세상에서 소통하고픈 본성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그 향수를 자극하는 사소한 한 방울에도 절실하게 젖어드는 것인가 보다.
마음 속으로 전하고 싶은 얘기 오래도록 적어 놓고 고이 접어 옮겨다녀도 당신이 없으면 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소통이 꼭 연애는 아니잖아 이 아저씨야.)
이창용 VS 장하준 :: 2009/04/04 22:10
어젯 밤 장하준 교수와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TV 토론을 봤다.
장하준 교수는 글로만 보다 직접 말하는 것을 들으니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장하준 교수 보단 처음 보는 이창용 부위원장에 더 마음이 갔다.
그간의 정부 당국자들이 보여주던 위선적인 모습 없이,
현실적인 도덕률이랄까, 아니면 문자 그대로 순수한 의미에서의 정치가로서의 모습 같은게 느껴졌다.
논리적이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말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장하준 교수가 빨리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창용 부위원장은 따뜻한 봄바람 같았을테다.
비유를 하나 더 들자면 enlightened few versus enlightening leader.
나는 어느 쪽일까. 점점 더 어떤 쪽이 되어야 할까.
토론 내용을 얘기하자면,
제목은 '한국경제, 살길은' 이었는데 결론은,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고 (내 생각과는 다르다), 특히나 위기 초반에 나타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 요인들이 해소되면서 앞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빨리 회복세를 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부의 위기 극복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하여 각 경제 주체들도 최선을 다해주어야 한다.
는 식으로 마무리된 것 같다.
전체적인 글로벌 경제위기의 관점에서 내 생각을 얘기하자면
우선은 회복이라기보단 시장의 실현 손실률이 경제 주체들의 컨센서스 손실률과 괴리를 좁혀오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양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게 첫번째 생각이고,
그것들을 떠나서 지난 몇 년 간의 거품들이 걷혀진다고 그것이 내실있는 무엇으로 채워지지는 않을 것이기에 회복이라기 보단 휴유장애 정도가 나을 것 같다는 게 두번째 생각이다.
한국 정부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각에 대해서는 현업에 있지 않으니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보고 들은바로 짐작하건대 작년 연말보다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상황이라는 게 결국 기축 통화를 빌려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CDS나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이것 역시 정부가 IR을 잘해서라기 보단 위에서 언급했듯 빌려줄 애들이 불확실성이 해소되니까 회수를 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쉬울 것이다.
금번의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두분 모두 공감하셨듯 현재로서 답은 하나 밖에 없다.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인하, 일자리 창출과 유동성 확대.
일각에서는 금리 문제로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최악의 경우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던데 (작년 말에 나온 '공황전야' 라는 책에서 이것에 대한 얘기가 많고, 지난달엔가 '똑똑한 돈' 이란 책도 나왔는데 거기서는 인플레이션 그 자체에 대한 현실적인 재정의를 하고 있다.)
어느 정도 공감가는 면이 없진 않으나, 이를 반박하는 정부의 논리도 그리 허술해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의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즉, (단기적 + 저소득계층의)일자리 창출과 유동성 확대(자본소득 격차 확대)를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쁜 와중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짜증나는 일이겠지만
그들의 선의를 믿지 못하겠기에, 오히려 너무나도 당당한 계급의식에 치를 떨고 있는 요즘이라 이 위기가 지난 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위기가 끝나고, 국민 경제가 회복된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져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외 몇가지 재미난 얘기들이 나왔던 것들도 정리해본다.
금산분리 완화.
단순히 재벌의 사금융화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제조업과 금융업의 산업 구조의 측면에서 얘기가 되었다.
금융의 본래적 순기능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지만,
금융업 육성은 결국 제조업 자본이 금융으로 이전되는 결과일 뿐이고 그러한 노력을 처음부터 제조업에 쏟았어야 함이 옳다라는 주장과
금융업 쪽으로 우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준비해야 하고 그것은 금융의 본래적 순기능을 위해서이기도 하다라는 주장으로 나뉘었다.
나는 장하준 교수에 가까운 입장인데, 제조업 없이 경제 성장도 사회 안전도 없다는 생각이다.
자유무역.
두 국가 사이에서 자유무역은 진짜 자유무역이 아니다.
그것은 불공정 무역이다. 왜냐하면 그 두 국가와 무역을 하는 다른 여러 나라들에 대해서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장하준 교수가 한말이다. 당연한 얘기.
나는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경영 경제 이론들은 선진국의 방패막이(혹은 '사다리 걷어차기') 역할을 위해 발전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자유무역 말은 좋다. 비전 혁신 효율 다운사이징 녹색성장.
전부다 말은 좋다. 순 거짓말. 그것으로 공격하고 교육하고 믿게 만들면 시간은 흐르지만 위치는 그대로다.
파생상품.
얼마 전에 장하준 교수가 모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었는데 거기서 파생상품을 없애야 한다고 얘기했다.
지면과 같은 비유를 어제도 들었는데, 의약품의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면 그 약은 시판되지 말아야 하듯이 파생상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먹고나서 살 수도 있다. 죽어가는 사람은 먹는다.
죽는 것보다 무서운 게 탐욕이다.
돈 벌 수 있다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온 게 파생상품이다.
비극은, 아파서 죽어가는 사람은 몇 안 되지만 돈 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전세계 그 어떤 나라의 금융당국도.
농담 삼아 친구랑 이런 얘기도 했다. 경제학에서 파생되어 나온 놈이 재무고 그게 태생을 못 버리고 바람 펴서 낳은 놈이 금융공학이라고.
모처럼 만에 일찍 들어온 금요일이었는데 이런 토론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솔직하게 얘기하는 사람들 좋다.
특히 나보다 똑똑하고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나를 속이나 안 속이나 따지고 듣기 시작하면 듣고 나서도 힘들다.
대부분 속을 수 밖에 없으니까.
그쳐라 좀. :: 2009/04/01 23:19
벌써 한 시간은 된 것 같은데
자동차 경보음 소리는 그치지 않고 울려댄다.
가만히 듣다보면 동물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
단순하고 지겨운.
주인은 대체 뭐하는 놈인가.
듣지도 않을 경보장치 따위를 대체 왜 설치한거지.
음악을 틀었다.
수십 기가 쯤 하는 음악들 사이로 듣고 싶은 음악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너무 우울하면 좋지 않다.
그렇다고 밤 중에 일어나 강하고 빠른 음악도 내키지 않는다.
유치한 감성의 발라드
흘려 듣기에는 팝이 좋겠다.
오래된 음악을 뒤지다 보면 옛 글들이나 사진 같은 것도 살펴보게 되는데
컴퓨터 수명이 오늘 내일 하는 모양이라 내키지 않으면 부팅조차 해주질 않아서
걔중에 한두개씩 묻어있을 추억이란 놈들도 언젠가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좀 아쉽다.
진작에 옮겨놓을 걸 생각 안해본 것도 아니지만,
작년에 이사하다 잃어버린 일기장과 몇몇 글들의 충격이 커서 이정도쯤이야 덤덤하게 넘길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며칠 전에야 안건데, 예전 홈페이지의 글들도 어찌된 일인지 날아가 버리고는 없어졌다.
이러라고 몇 만원씩 내면서 계정을 쓰는게 아닌데.
웹에 있었던 글들, 일기장, 책들 해서 얼추 몇만 페이지는 내 손에서 사라져버린 거니까
까짓 사진 몇 장 음악 몇 곡 관심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좀 우울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과거 추억들이 하나같이 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면은 얼마나 좋겠냐만은
나는 그런 쪽으로는 기억이 나빠서 생각할 수록 마음이 편치 않은 그런게 많다.
과거를 기억하는 일에는 미련이 없다고나 할까.
암튼 그래서 요사이 하루 하루 보내는 것 역시 딴 거 없고 그저 집에 가서 기억에 남는 일 없기를 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일에도 별 관심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점점.
큰일이다.
수명 다한 컴퓨터가 내 과거를 집어먹고
이대로 잔잔히 지내고 하다 보면 새 컴퓨터를 사도 추억같은 것 더 이상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쉬고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감정이 깨끗해져서
저 아름다운 경보음 소리를 한 시간이 넘도록 참을 수가 있다.
이럴 때는 나도 참 자상한 편인 것 같은데
쓸데없는 데만 자상하구나.
해야 할 것 많고 그중에 원하는 일들도 몇 있을지 모른다.
다 비운척 해도 내심은 좋은 일 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인거고.
근데 진짜 안 그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