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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일상 :: 2009/07/12 22:43

지난 몇 주간 얼마나 많이 화를 냈었는지, 그리고 또 내 스스로 나를 얼마나 함부로 대하였었는지,
내가 내게 미안하기만 할 정도였다.
그만두겠다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라 떨어지지 않는 입을 칼로 베어서라도 내뱉고 싶었다.
끝내 참아야했지만 앙상하게 타버린 마음으로 며칠 동안은 일어나는 것이 싫었고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피곤함을 느낀 것은 지난 연말부터였다.
종류가 다른 이별을 같은 사람과 경험을 하고는 변한 것이 없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고,
2년의 유효기간이 지난 직장생활에서는 결국 조직에 순응하지 못하는, 변치않는 내 본성에 대한 파악이,
타인들에 의해서, 그것도 아주 많은 타인들과 조직 집단에 의해서 이루어져버린 후였고.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앓아오던 몸이 결국 참지 못하고 구체적으로 병명을 가지기 시작했다
돈버는 일도, 돈벌기 위해 살아가는 일도 숙제라고 느끼는 순간 내게 방학같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해보지 못한 일과 좀처럼 하지 않을 일들에 대한 말 안되는 그리움 같은 것들을 느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릴 때쯤에는 이미 내 가진 것들을 놓을 수가 없었다.
독한 마음으로 남아있는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으로,
그 욕망 역시 가진 것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제한적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 떠났어야 했을까.
어디로든 갔어야 했다.
참고 또 버티며, 나 자신마저 잃어가며 깨달은 것은 앞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내 행동과 대화의 습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않는 오만함.
그러다 부딪히고 결국엔 비판과 합리화, 자기 위안으로 결말짓는 일상은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
출근하는 일상과, 꿈꾸는 일탈과, 사람들을 만나고 감정을 느끼는 하루 하루,
내가 그 모든 것들에 참 서툴러서 힘이 빠진다.

여행을 가고 싶다.
먼나라로. 한번 가본 경험은 너무 좋았어서 그곳에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또 망설이고 있다.
허락된 휴가가 없고, 단지 쉬고 싶다는 욕심으로 내가 잃어야 할 것들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보고 슬퍼진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과,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괴롭힐 두려움으로 그 어떤 결정도 쉽지가 않다.

2009/07/12 22:43 2009/07/1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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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12월 :: 2008/12/21 22:47


반쪽처럼 생각되던 친구의 즐거운 얘기에 내 마음도 함께인 듯 부드러워진다.
보내고 돌아오는 길 겨울 찬 바람은 내게로 불어 오지 않았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 부르라던 김훈 선생님의 얘기만 찬 바람이 되어 내게 불어온다.
잡히지 않는 내 꿈도 사랑이었음을 그 바람에 맞서 내게서 불어나간다.
함께 였으나 같이 갈 수 없는 이들이 내게 친구로 남았다.
오래도록 익숙했고 그래서 더 어려웠던 겨울밤 같은 결심을 하고 잡히지 않는 아득한 사랑을 생각해본다.
그 약속을 버리던 밤 나는 시간이 지나 오늘을 어떻게 생각할까.
나 조차도 싫어버린 내 모습만 가득한 방안은 아무런 바람도 불지 않았을 것이다.

2008/12/21 22:47 2008/12/2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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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 2008/09/28 22:19

계절이 무섭게 바뀐다.
반팔 티셔츠 하나 입고 먼데로 나들이 나갔다 다들 긴팔을 입고 있어서 당황했는데,
오늘 밤 동네에도 더웠던 여름 기운은 아무에게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어쩌면 그렇게 빨리 준비를 하는 걸까.
일주일 사이 계절은 빠르게 변했다 생각했는데, 그에 늦지 않게 변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인가 보다.

환절기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지금 같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시기에는.
간절기라는 말도 있는데 내 느낌이지만 그건 가을 자체를 말하는 것 같다.
여름과 겨울 사이의 계절.
그럼 마찬가지로 가을과 봄 사이의 계절은 겨울일까?
하지만 겨울에 간절기니 하는 말은 듣지 않으니까, 사실 계절은 덥거나 춥거나 둘 밖에 없는게 아닐까.

몸은 분명 무더졌는데 마음은 무던하지 않게 변했다.
긴 팔로 다니며 땀나면 덥다 그러고, 발끝 시릴만큼 추운 겨울은 아직 멀었는데 혼자 짧은 옷 입고 춥다 그러고.
전보다 더 뚱뚱해져서 여름을 보내기 힘든 건 사실이었지만,
겨울 아닌 가을은 내게 나이들어 부지런하지 않은 티 내는 계절인 것 같다.
따뜻하게 방을 데워놓고 찬바람 지나가는 창 밖을 보고 있으면 여름보다 기분이 좋기는 한데.

10월에는 아주 아주 먼 곳으로 이제껏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그런 곳으로 갈 기회가 생겼다.
여행의 가벼운 마음은 없고 오히려 몸 피곤해질까 걱정이긴 한데,
미쿡 한번 못 가본 촌 놈이 된 일종의 징크스 같은 것이 이번에는 사라질까 궁금하긴 하다.
솔직한 심정으론 서울에나 한국인으로서의 삶에나 별 미련이 없어서 어디든지 날 필요로 한다면 오케이 인데,
더 솔직한 마음으론 막연히 떠나고 싶다, 한 20년쯤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다.

어제는 TV에 중학교 시절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나오던데, 한 6개월이었나 두어번 같이 앉아본 것도 같고.
암튼 얼굴은 기억 나지 않아서, 그닥 놀라지도 않고 그러려니 보고 있었다.
과학고 졸업에 카이스트 학사, 석사, 지금은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여중에서의 기억이 가끔 실존했던 것인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는데,
스물일곱 되고 나니 나라는 존재는 확실히 없었던 기억이었겠구나 싶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잘 살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데 지금 당장! 하는 욕심이 더 커서,
참고 기다리는 시간들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모른다.
남들은 다 있는데 나한텐 없는 것들 제로 베이스로 바꾼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힘들다고 느끼는데,
굳이 뭐 그럴 필요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밤은. 살짝 놓아지는 정신상태. 
왜냐면 두시간째 반복되는 이 음악.

* Bygone Days

01학번 기숙사 큰 나무 아래에서 혼자 담배 배우던 기억.
지난 날로 시작해서 피아노 연습실에서 끝나는 이 기분.

2008/09/28 22:19 2008/09/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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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념무상 | 2008/09/29 16: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RSS가 맛이 갔었어.
    전혀 새 포스팅이 검색되지 않고 있더라구.
    좀 일찍 눈치 챘어야 했는데.

  • 비밀방문자 | 2008/10/03 14:39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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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 2008/06/15 00:11


"고등학교 11학년이거야... 아직 나는."

형은 나와는 입사동기였다. 같은 학교에 같은 과를 나왔지만 입사하고서야 서로를 알게 되었고, 친해지고서는 한쪽이 다른 곳으로 옮기고 말았다.  국책은행에 다니는 그는 BTL 업무를 한다는데 그게 built and transfer or lease 인지 built to lease 인지 헷갈렸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신경을 쓰게 만든다. 형보다 똑똑하지 않다해도 기분 나쁘지 않다. 명함을 해석하지 못해 멍청하다 말해도 할말은 없는 것 처럼.

"그때나 지금이나 순간의 선택으로 미래가 바뀔까봐 걱정이거든. 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거야. 공부를 하든 운동을 하든 뭔가를 하지 않으면 나는 불안해."

울룩불룩 움직이는 팔 근육을 보며 그동안 꽤나 불안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은 마르고 몸은 단단해져 있었다. 6개월 만에 만난 형은. 그러고보니 상병일때쯤 하도 할 일이 없어서 좌우명이랄까, code of conduct or life 같은 걸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 역시 '순간이 영원을 만든다.'였다.

"순간이 영원을 만든다...."

최선을 다하자 이런 의미였던 걸까. 권력의 정점에 있던 상병의 나는, 분명 할일은 없고 외로워는지고 스스로 멋있어 보일라고 저런 말을 만들어서, 그것도 영어로 출력까지 해서 방에도 떡하니 붙여놨던 거야. 생각이 변하기도 했지만 변한 생각을 보란듯이 적어놓지 않는 건 진정한 의미로 어른이 되어서일까 형과는 달리.

맥주 소주 다시 맥주, 노래 몇 곡 부르고 헤어졌다. 내가 보기엔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솔로라서 그런걸까. 틀에 맞춰 평가할 필요는 없다. 소개팅녀도 지금의 삶도. 바른 사람이라면 죄책감 느낀다 하더라도 바른대로 살아갈 뿐이다.

힙합음악을 귀에 꽂고 불이 꺼진 시장에 갔다. 아저씨 아줌마들 하루 정리를 한다. 며칠 전 만해도 쿼터 수박을 팔았었는데 이젠 같은 가격으로 하프 수박을 판다. 여름인가. 수박이 제철이구나. 온 수박을 사지 않았던 이유는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인데, 낑낑대며 들고 왔던 하프 수박도 들어가지 않았다. 배부른데 먹어야 한다 당장.

같은 향수를 쓰는 여자를 만났다. 여자 향수를 쓰는 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였다.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러기에도 구차한 이유이지만 나는 게이가 아닙니다. 흔한 향수, 흔한 기억이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나면 그것만으로도 좋아진다. 좋아지고 나면 헤어지게 되고 그러면 이별을 겪는 로맨스 주인공이 되어 슬프지만 멋있는 것 같고 재밌는 것 같다. 어차피 혼자인데 미친 척 놀아보는 것도 괜찮지.

늦잠을 잤던 건 아닌데, 늦을 것 같아서 예정돼 있던 봉사활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덕분에 아침먹고 들어와 피곤한 마음으로 오전을 보냈다. 오후에 시험보러 갔다가 당황했던 것 잠시. 저녁에 형 만나고 돌아와보니 일요일.
불안해하는 형도 걱정이 되고,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는 하프 수박이랑 같은 향을 뿌린 아가씨가 생각이 났다.
같은 고민에도 고민하지 못하는 나는 천재. 일이 없는 나와 의미 없는 인연을 버리지 못하는 나는 바보.
눈물은 무슨. 또 왼쪽 눈만 아프다. 금연 십칠일째. 심장이 아픈건 금단증상 중에 하나이겠지.

2008/06/15 00:11 2008/06/1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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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의 끝, 일상의 시작 :: 2008/06/09 00:44


* 장세용 - Whenever I am

연휴내 기다린 책들은 결국 오지 않았고
모처럼 만에 연휴도, 혼자 있는 일상도 심심하게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출근하고 일하다 퇴근하고 자기 전에 술 마시거나 텔레비젼 보다가
다음날 출근하고 그러다보면 주말이 오고 술을 더 마시거나 잠을 자고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지금 난 이렇게 살고 있는데 이게 내 일상이라고 말하기엔 익숙하지 않다.
예전에도 별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을텐데 지금은 낯설다.
혼자서 아무런 자극없이 생각하고 있을 때에나 진짜 내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상적인 것에서 느끼는 피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요트를 빌려서 1년간 세계 여행을 하는데 2만불 정도가 든다고 한다.
2천만원이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적다.
지금도 10평도 안되는 평평한 공간 위에 혼자 지내고 있는 나로선 더 넓은 곳으로 미친 척 떠나볼만도 하다.
글쎄..
다만 뭘하고 싶은걸까.
열심히 사는 오늘이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고 익숙하지도 자랑스럽지도 않은 지금
완벽해 질수록 불완전해지는 것만 같은 모순된 일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기다리던 책들이 오지 않는 바람에 인터넷에서 몇 작품들을 보다 느끼는 바가 있어 글을 적고 옮겨 본다.


*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 유희경

1.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이 안은 비좁고 나는 당신을 모른다
식탁 위에 고지서가 몇 장 놓여 있다
어머니는 자신의 뒷모습을 설거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쪽 부엌 벽에는 내가 장식되어 있다
플라타너스 잎맥이 쪼그라드는 아침
나는 나로부터 날카롭다 서너 토막이 난다
이런 것을 너덜거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2.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면도를 하다가 그저께 벤 자리를 또 베었고
아무리 닦아도 몸에선 털이 자란다
타일은 오래되면 사람의 색을 닮는구나
베란다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삼촌은
두꺼운 국어사전을 닮았다
얇은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
뒷문이 지워졌다 당신이 찾아올 곳이 없어졌다

3.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간 밤 당신 꿈을 꾼 덕분에
가슴 바깥으로 비죽하게 간판이 하나 걸려진다
때 절은 마룻바닥에선 못이 녹슨 머리를 박는 소리
아버지를 한 벌의 수저와 묻었다
내가 토닥토닥 두들기는 춥지 않은 당신의 무덤
먼지들의 하얀 뒤꿈치가 사각거린다

- 조선일보 2008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08/06/09 00:44 2008/06/0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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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들다. :: 2008/01/28 20:43


오랜만에 혼자서 술.
정말이지 오늘은 그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가 상품이란 걸 알면서도, 그래서 아무에게도 소비되지 않을거란 걸 알면서도 오늘 하루는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었다.
잘 하는 일이 무엇인가.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고민하면 한달에 하루가 아니라 매일을 즐겁게 일할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한달에 하루가 아니라 단 한시간도 즐겁게 일할 수가 없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앞에 두고 답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너무 멀리 있어 마음이 아프고
이렇게 나를 소비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 내겐 얼마나 행복한 일이 될까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야망이 없어. 꿈도 없고 자신도 없어.
내 가진 능력이란 건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있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슬퍼. 그냥 평범한, 너와 함께 하는 단란한 하루를, 언제까지나 바라고 있건만.
점점 멀어져간다.

안 좋은 얘기 쓰면 안되는데, 내겐 안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이대로 그냥 잊어버리고만 싶다.

2008/01/28 20:43 2008/01/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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