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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의 끝, 일상의 시작 :: 2008/06/09 00:44


* 장세용 - Whenever I am

연휴내 기다린 책들은 결국 오지 않았고
모처럼 만에 연휴도, 혼자 있는 일상도 심심하게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출근하고 일하다 퇴근하고 자기 전에 술 마시거나 텔레비젼 보다가
다음날 출근하고 그러다보면 주말이 오고 술을 더 마시거나 잠을 자고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지금 난 이렇게 살고 있는데 이게 내 일상이라고 말하기엔 익숙하지 않다.
예전에도 별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을텐데 지금은 낯설다.
혼자서 아무런 자극없이 생각하고 있을 때에나 진짜 내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상적인 것에서 느끼는 피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요트를 빌려서 1년간 세계 여행을 하는데 2만불 정도가 든다고 한다.
2천만원이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적다.
지금도 10평도 안되는 평평한 공간 위에 혼자 지내고 있는 나로선 더 넓은 곳으로 미친 척 떠나볼만도 하다.
글쎄..
다만 뭘하고 싶은걸까.
열심히 사는 오늘이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고 익숙하지도 자랑스럽지도 않은 지금
완벽해 질수록 불완전해지는 것만 같은 모순된 일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기다리던 책들이 오지 않는 바람에 인터넷에서 몇 작품들을 보다 느끼는 바가 있어 글을 적고 옮겨 본다.


*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 유희경

1.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이 안은 비좁고 나는 당신을 모른다
식탁 위에 고지서가 몇 장 놓여 있다
어머니는 자신의 뒷모습을 설거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쪽 부엌 벽에는 내가 장식되어 있다
플라타너스 잎맥이 쪼그라드는 아침
나는 나로부터 날카롭다 서너 토막이 난다
이런 것을 너덜거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2.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면도를 하다가 그저께 벤 자리를 또 베었고
아무리 닦아도 몸에선 털이 자란다
타일은 오래되면 사람의 색을 닮는구나
베란다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삼촌은
두꺼운 국어사전을 닮았다
얇은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
뒷문이 지워졌다 당신이 찾아올 곳이 없어졌다

3.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간 밤 당신 꿈을 꾼 덕분에
가슴 바깥으로 비죽하게 간판이 하나 걸려진다
때 절은 마룻바닥에선 못이 녹슨 머리를 박는 소리
아버지를 한 벌의 수저와 묻었다
내가 토닥토닥 두들기는 춥지 않은 당신의 무덤
먼지들의 하얀 뒤꿈치가 사각거린다

- 조선일보 2008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08/06/09 00:44 2008/06/0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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